• 2025. 12. 19.

    by. 리브랜딩 디자이너

    폐건물 리노베이션은 시작보다 그 이후가 더 어렵다. 폐건물이라는 낡고 비어 있던 구조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은 건축의 문제라기보다, 시간과 경제, 사람의 흐름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리노베이션 직후의 공간은 종종 외형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을 뽐내지만, 진짜 변화는 그 공간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가에 따라 판가름 난다. 지속 가능한 운영은 단순한 유지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스스로 작동하는 체계를 가지는지를 묻는 것이다. 폐건물 리노베이션 후 운영의 성공 여부는 처음의 설계보다 오히려 그 이후에 달려 있는 셈이다.


    리노베이션 이후의 목적 재설정

    폐건물 리노베이션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공간을 왜 다시 살렸는가’라는 질문이다. 외형을 단장했다고 해서 공간이 곧바로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애초에 왜 폐건물이 되었는지를 돌아보는 일부터 필요하다. 과거의 용도가 수명을 다했거나, 지역 환경 변화로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버려졌다면, 리노베이션 후에는 그 공백을 정확히 메우는 새로운 목적이 설정되어야 한다. 단지 카페나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만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

    이때 운영자는 공간의 정체성과 지역의 필요를 접목한 구체적 목적을 새롭게 재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폐교를 리노베이션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마을 주민의 일상적 모임 장소, 청년 창작자의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 방문객을 위한 체험 교육의 장이라는 다층적 목적을 가졌다. 이러한 다기능적인 용도 설정은 이용자층을 다양화하고, 계절이나 이벤트에 따라 활용 방식에 유연성을 부여해 공간을 살아 있게 만든다. 목적이 분명할수록 공간은 오래간다.


    수익 구조 다각화와 탄력적 운영

    지속 가능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자립 가능한 수익 구조다. 많은 리노베이션 공간이 개장 초기에는 흥미를 끌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운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하나의 주 수익 모델만이 아닌, 다양한 경로로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공간을 단일 목적에만 고정하지 않고, 대관, 체험 프로그램, 팝업 스토어, 공유 주방, 지역 기업과의 협업 콘텐츠 등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한 폐공장을 리노베이션 한 복합 공간은 주말에는 플리마켓과 음악 공연을 열고, 평일에는 창작자들이 입주해 스튜디오로 활용했다. 계절별로 다른 테마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었고, 일부 구역은 지역 농산물 판매장이나 카페로 변신했다. 운영자는 매달 수익 구조를 분석하고, 비수기에는 지역 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이나 교육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공백을 메웠다. 이처럼 공간을 하나의 ‘고정된 사업장’이 아닌 ‘변화 가능한 플랫폼’으로 운용하는 전략은 생존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지역 네트워크와 운영 공동체 구축

    리노베이션 공간이 장기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부 손님을 유치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 내부와의 연계가 핵심이다. 지역 주민, 상인, 예술가, 학교, 행정 등 다양한 주체가 이 공간의 이용자이자 운영자가 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단일 운영자가 모든 것을 감당하기보다는, 공동체 기반의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프로그램 운영뿐 아니라, 공간 유지 관리와 홍보, 기획 측면에서도 자발성과 지속성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폐건물을 활용해 조성된 커뮤니티 아틀리에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 수익을 일정 비율 공유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역 학교는 교육 공간으로 이 시설을 활용했고, 청년 창작자는 일정 기간 창작 활동을 하고 전시를 통해 수익을 환원했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공간의 소유권’을 넘어서 ‘공간에 대한 책임과 애정’을 키우는 기반이 되었다. 결국 리노베이션 이후 공간이 살아남는 조건은 지역과 얼마나 긴밀하게 엮여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유지 비용 절감을 위한 설계 전략

    지속 가능한 운영에서 흔히 간과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유지비용’이다. 공간이 아름답고 유용하더라도 유지 관리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면 운영 지속 가능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리노베이션 단계에서부터 장기 운영을 고려한 설계 전략이 필요하다. 고가의 마감재나 복잡한 구조물보다, 현장에 이미 존재하는 자재를 재활용하거나 유지 관리가 용이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단열 설계, 자연 채광과 환기를 고려한 창호 배치, 유지보수 빈도가 낮은 시스템 설비 등이 장기적인 비용 절감을 이끈다. 예를 들어, 한 폐창고 리노베이션 사례에서는 외부의 철제 패널을 그대로 유지하되, 내부 단열재를 보강하고, 단순한 공조 시스템을 활용해 냉난방 비용을 최소화했다. 조명 또한 전체를 밝히는 방식보다, 필요 구역에만 집중된 국소 조명 설계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운영의 지속 가능성은 초기 리노베이션 단계부터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공간 설계는 곧 운영 전략이기도 하다.

    폐건물 리노베이션 후 지속 가능한 운영 전략

    운영 인력의 전문성 확보와 변화 관리

    아무리 설계와 시스템이 잘 갖춰졌더라도, 실제 운영을 담당하는 인력이 경험 부족이나 장기적 계획 부재로 흔들린다면 공간은 빠르게 정체된다. 특히 폐건물 리노베이션 공간처럼 비표준적인 장소는 일반 상업 공간과는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과 운영 매뉴얼이 필요하다. 공간 운영자는 콘텐츠 기획, 지역 협업, 수익 모델 조정, 시설 관리 등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 운영 조직을 구성할 때는 단기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중심이 아닌, 공간의 정체성을 함께 구축해 나갈 수 있는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꾸려야 한다. 또한 운영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기적인 피드백 구조와 유연한 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실패를 빠르게 복기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체계, 변화에 대응하는 인력의 민감성은 지속 운영의 중요한 요소다. 공간이 처음과 똑같은 모습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면서도 방향성을 잃지 않는 운영이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


    공간을 계속 살아 있게 만드는 기술

    폐건물 리노베이션은 외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공간이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이다. 오래 닫혀 있던 문을 여는 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문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자연스럽게 열리고 닫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진짜 의미를 가진다. 리노베이션의 성패는 건축 자재나 디자인 디테일이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이유를 얼마나 오래 지켜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 생명력은 단순한 운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운영’이라는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기술 위에 놓여 있다. 공간은 돌보지 않으면 금세 식고, 사람은 연결되지 않으면 멀어진다. 아무리 훌륭한 건축 기획이 있었다 하더라도, 운영이라는 일상의 반복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공간은 다시 정지되고 만다. 장소란 결국 사람의 발길과 이야기가 누적되면서 비로소 생명을 얻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은 각기 떨어진 단일 전략이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구조 안에서 맞물려야 한다. 목적의 분명함은 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고, 수익 구조의 탄탄함은 현실적인 기반을 만들어 주며, 지역과의 연계는 외부 의존도를 줄여 자생력을 키운다. 여기에 운영 인력의 전문성과 감각이 더해질 때, 공간은 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하며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폐방치시설 리브랜딩의 진짜 성공은 개장식에서 박수받는 순간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사람들로 채워지는 풍경 안에 있다. 언젠가 폐허였던 자리가 지역의 일상과 문화 속에 당연하게 스며들고, 방문자의 기억에 남는 하나의 장소가 되는 것. 그것이 리브랜딩 공간이 가져야 할 최종 목적이자 지속성의 증명이다.

    결국 리노베이션은 끝이 아니라, 가장 긴 시작이다. 공간은 한 번 고쳐 세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살아내야 하는 존재이며, 운영은 그 생명을 매일 조금씩 이어가는 손길이다. 공간을 어떻게 만들었느냐보다, 어떻게 계속 살아 있게 할 것이냐가 더 근본적인 질문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