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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리브랜딩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 인터뷰는 공간과 인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초기에 방문한 폐교는, 책상도 칠판도 그대로 있었지만 사람의 흔적은 오래전에 멈춘 채 정적 속에 갇혀 있었다. 유리창 밖으로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고, 복도 끝 교장실 앞에는 먼지 쌓인 우편물이 시간의 속도를 멈춘 듯 쌓여 있었다. 그 장면은 어떤 면에서는 아름답고, 또 어떤 면에서는 철저히 방치된 기억 같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디자이너 박연재는 그 정적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어떻게 입힐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공간은 과거의 기능을 잃었지만, 형태와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의 구조’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그는 디자인이란 새로운 물건을 채워 넣는 작업이 아니라, 그 공간이 이미 가진 언어에 귀를 기울이고, 겹겹이 쌓인 시간을 존중하며 새로운 문장을 얹는 일이라고 말한다.
작은 시골마을의 폐교가 다시 사람을 모으는 곳이 되기까지, 그 중심에는 공간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든 디자이너의 시선이 있었다. 그는 설계도면보다 오래된 학교의 벽을 먼저 읽었고, 컬러 차트보다 오래된 교복 사진에서 색을 추출했다. 기억이 머무는 방식, 움직임이 스며드는 방식, 그리고 시간이 다층적으로 얽힌 공간의 서사를 바꾸지 않고 드러내는 디자인. 그 이야기는 단순한 작업기를 넘어,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기도 했다.
폐교 리브랜딩 디자인 접근법에 담긴 폐교의 기억
디자이너 박연재는 폐교라는 공간이 가진 가장 강력한 요소는 ‘기억’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새로운 기능의 배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반면, 그는 과거에 이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무엇이 버려졌고,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살폈다. 체육창고로 사용되던 공간은 운동화 냄새와 함께 아이들의 목소리가 겹쳐 있는 장소였고, 음악실은 아무리 비워져 있어도 자연광과 소리의 반사로 인해 여전히 ‘음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는 모든 공간이 새로운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통념을 경계했다. 때로는 공간이 가진 원래의 성격을 일부 유지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그 장소의 원형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믿었다. 폐교는 단순히 기능을 멈춘 장소가 아니라, 기억이 ‘잠시 정지된’ 장소였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그 정지를 존중하면서도, 서서히 시간의 결을 다시 흐르게 만드는 장치였다.
박연재는 평면도보다 과거의 졸업앨범을 먼저 꺼냈고, 교실 문고리에 남아 있던 테이프 자국을 보며 수업 풍경을 상상했다. 디자인은 그 상상에서 출발했고, 새로 채워야 할 것은 ‘기억을 깨우는 장면’이었다. 결국 리브랜딩은 해체가 아니라, 이어 쓰는 일이었다.
공간 구성과 사용자 동선의 재구성
프로젝트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기존의 학교 구조를 어떻게 현대적인 사용자 경험에 맞게 조정할 것인가였다. 박연재는 이 부분을 단순한 구조 변경이 아닌 ‘기억 위에서의 전개’로 접근했다. 기존의 교실은 그대로 유지하되, 각 교실을 기능별 존(zone)으로 나누어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한 목적을 부여했다.
예를 들어, 1학년 교실은 로컬푸드를 테마로 한 카페로, 2학년 교실은 소규모 전시 공간으로, 3학년 교실은 공동작업 워크숍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모든 변화는 원래의 교실 구조를 기반으로 하였기에, 처음 이 공간에 발을 들인 이들은 그 배치만으로도 어떤 공간이었는지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되었다.
특히 중요한 변화는 복도와 교무실이었다. 박연재는 복도를 단순한 이동 공간으로 남기지 않고, 동선을 유도하는 ‘시간의 갤러리’로 기획했다. 벽면에는 오래된 학교 물품과 당시 교사 및 학생들의 짧은 기억을 담은 캡션이 설치되어 있었고, 이 복도는 이동과 감상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스럽게 공간 전체에 대한 몰입을 높였다.
폐교 리브랜딩의 색채 선택에 담긴 감정의 흐름
공간 리브랜딩에서 가장 미묘하면서도 강력한 요소는 색이다. 박연재는 폐교의 컬러 팔레트를 선정하는 데 있어, 단지 예쁜 색이 아니라 ‘그 공간에 맞는 감정’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그는 색을 고를 때, 기존 벽면의 바랜 분필 자국, 오래된 커튼의 질감, 창문에 남은 햇살의 색온도를 관찰했다.
전체 공간은 흰색이나 회색으로 통일하지 않았다. 대신 채도는 낮지만 따뜻한 색상을 중심으로 배치했고, 교실마다 그 기능과 역사에 맞는 색을 미묘하게 달리했다. 예를 들어, 과학실이었던 공간은 차가운 색조로 남기되,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는 노란 조명을 통해 온기를 보완했다.
이 색채 전략은 사용자의 감정 곡선을 유연하게 이끌어냈다. 공간은 따뜻하고 밝았지만, 동시에 조용히 과거를 환기시키는 분위기를 유지했다. 박연재는 “색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언어이기 때문에, 색이 공간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줘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색은 단순한 시각 요소가 아니라, 공간의 정서를 설계하는 감성적 장치가 되었다.
폐교 리브랜딩에 대한 지역 사회와의 협업 방식
이 프로젝트의 핵심 중 하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방식보다, 지역 사회와 디자인을 함께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박연재는 초기에 단순한 설문 조사나 설명회 대신, 지역 주민들과 1:1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그는 지역에 거주하는 50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이 학교와 직간접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이는 이 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었고, 어떤 이는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교사였으며, 또 다른 이는 평생 이 학교에서 자신의 자녀들을 보내고 졸업시킨 학부모였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단순한 장소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공간이 사람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운동장 한쪽에 피던 철쭉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비 오는 날 복도를 뛰어가던 풍경을 회상했다. 박연재는 이러한 기억들을 수집하며, 그 어떤 도면이나 사진보다 깊이 있는 ‘공간의 역사서’를 만들어나갔다.
그는 주민들과의 관계를 디자인 프로세스의 일부로 설정했다. 단지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가 아니라, 디자인 전반에 주민의 기억과 감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구조화했다. 복도에 남겨진 삐걱이는 마루, 운동장 가장자리에 놓여 있던 오래된 화단도 그대로 보존하면서, 주민들이 기억하는 장소의 디테일을 설계로 연결했다. 기존에 있었던 물리적 요소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추억까지 반영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또한 박연재는 프로젝트 진행 중간에도 주민 대상 피드백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운영했다. 완성된 스케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구상 단계부터 시안을 나누고, 설계와 재료 선택, 색상 배치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는 구조였다. 이 과정은 단지 공간에 대한 소유감을 넘어, 주민들에게 디자이너와 동등한 입장에서 공간을 ‘만드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 협업 방식은 단순히 결과물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공간을 ‘우리 것이 된 공간’으로 받아들였고, 리브랜딩 이후에도 지속적인 방문과 이용을 통해 공간의 생명력을 함께 이어가고 있었다. 지역 어르신들은 공간의 자원봉사자로 나섰고, 아이들은 방과 후에도 이곳을 놀이터처럼 드나들며 공간을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공간이 단지 복원된 장소가 아니라, 마을의 새로운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다.
폐교 리브랜딩에 담긴 설계자의 태도
폐교 리브랜딩은 단지 빈 공간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잊힌 기억을 존중하는 태도이자, 공간이 지닌 시간의 흐름을 해석하고 이어가는 기술이다. 디자이너 박연재는 이 프로젝트에서 ‘디자인은 기억의 번역’이라고 말한다. 단지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공간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다른 언어로 다시 전달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도면을 넘어서 사람들의 기억을 관찰했고, 재료를 고르기 전에 그곳에 남아 있던 감정을 먼저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이 감정의 밀도가 가장 높았던 장소에 ‘변화’를 가장 조심스럽게 시도했다. 그 태도는 공간을 새로 태어나게 하는 동시에, 이전과 단절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폐교라는 구조는 종종 ‘활용의 한계’로 여겨지지만, 이 프로젝트는 그 한계 자체가 창의성의 바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박연재는 “버려진 공간은 언제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디자인은 그 이야기를 꺼내는 기술이자 태도”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프로젝트는 리브랜딩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는 감각에 대한 이야기로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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