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12. 6.

    by. 리브랜딩 디자이너

    폐공장을 포함해 방치된 공간에도 이야기가 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낡은 공장은 언젠가 멈춰버린 도시의 맥박을 닮았다. 그 공간을 다시 걷는 순간, 과거의 흔적 위로 현재가 조심스럽게 스며든다. 어둡고 버려졌던 건물 안에서 빛을 설계하고, 텅 빈 기둥 사이를 사람의 움직임으로 채우는 일은 단순한 공간의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기억을 꺼내어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작업이다. 폐공장을 전시관으로 만든 건축가 인터뷰는 그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한 건축가의 시선은 오래된 구조물 속에 숨겨진 가능성을 찾아내고, 지역과 사회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건축의 사례가 아닌,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폐공장을 전시관으로: 공간 재생의 출발점

    한때 산업의 중심이었던 그 공장은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벽면에는 페인트가 벗겨졌고, 천장에서는 빗물이 새어들었다. 하지만 건축가 박진우는 그 공간에서 전시관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상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거'를 먼저 떠올릴 때, 그는 '살릴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했다. 콘크리트 벽체에 남은 기계 자국, 금이 간 바닥, 녹슨 철골 구조물은 오히려 공간의 정체성을 지켜주는 요소가 되었다.

    박진우는 리브랜딩 공간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와의 대화라고 말한다. 단지 외형을 바꾸는 리노베이션이 아니라, 공간이 갖고 있던 원래의 결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전시관은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전시물이 되었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전시 콘텐츠는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더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리브랜딩 디자인 과정에서의 고민

    공장을 전시관으로 바꾸는 작업은 단순히 외형을 다듬는 데 그치지 않았다. 박진우는 공간에 담길 이야기의 방향성부터 먼저 설정했다. 어떤 전시가 이루어질 공간인지, 방문객은 어떤 동선을 따라 움직일 것인지, 그리고 공간이 지역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지까지 모든 요소를 고려했다. 이때 가장 큰 과제는 공간의 ‘거친 느낌’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였다.

    벽돌 하나, 창틀 하나도 함부로 교체하지 않고, 원래의 재료를 재활용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가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기존에 있던 철제 계단은 안전 기준에 맞게 보강했지만 형태는 그대로 유지했다. 그 덕분에 방문객들은 공간을 거닐면서 과거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그 속에서 현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폐공장을 전시관으로 만든 디테일 설계

    이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핵심은 조명과 음향에 있었다. 전시 콘텐츠는 물론, 공간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다양한 텍스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조명으로 조율하느냐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지었다. 박진우는 기존의 천장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그 사이에 LED 라인 조명을 심었다. 자연광과 인공조명이 섞이는 방식은 전시되는 작품마다 다르게 설계되었다.

    또한, 오래된 공장의 구조는 잔향이 길어 음향 설계에도 주의가 필요했다. 그래서 주요 전시장 공간에는 흡음 패널을 최소한으로 설치하고, 공간에 따라 다른 사운드 레벨을 적용해 방문객이 이동하면서 소리의 밀도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처럼 세밀한 설계는 단순히 보기 좋은 전시관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는 공간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전시관으로 재탄생한 폐공장의 사회적 가치

    공간은 단지 개인의 창작물로 머물지 않았다. 전시관이 개관한 이후,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버려진 공장이 다시 살아났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고, 지역에 활기를 불러오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박진우는 이 공간을 설계할 때부터 지역과 연결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어린이 워크숍, 지역 예술가들의 소규모 전시, 야외 공연 등이 그 예다. 특히 청년 작가들이 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예약 시스템을 열어두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의 확산이 이루어지게 했다. 폐공장의 리브랜딩이 단순한 공간 재생을 넘어서 사회적 플랫폼으로 작동한 셈이다.


    건축가가 전하는 공간 리브랜딩의 철학

    박진우는 인터뷰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화려한 설계나 기술적 성취보다는 공간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는 공간 리브랜딩이 단지 낡은 구조물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시간의 결을 읽고 존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 기술을 동원해도, 과거의 흔적을 무시하고 현재만을 주입하는 방식은 결국 공간을 '재생'이 아닌 '교체'로 이끌 뿐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그는 인터뷰 중 "디자인은 결국 공간과의 대화다"라는 표현을 반복했다. 특히 방치된 공간을 다룰 때, 그 자리가 어떤 쓰임을 가졌고, 어떤 이유로 버려졌으며, 어떤 식으로 잊혔는지를 스스로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경청’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박진우에게 경청은 단순히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가진 침묵을 듣는 감각에 가까웠다. 한때 수백 명이 드나들던 공장의 바닥에 남은 마모 자국, 녹슨 파이프에서 흐르던 물의 소리, 깨진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던 빛의 각도 모두가 공간의 기억이며, 그 기억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가 진정한 리브랜딩의 시작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설계 초기에 늘 지역의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그 공장 근처에 살았던 노인, 예전 그곳에서 일했던 중년의 노동자, 그 근방을 뛰놀던 아이였던 청년들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 공간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간직한 기억의 층위를 이해해야, 그 공간이 새롭게 태어날 때도 단절되지 않는 감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간은 물리적 형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집단 기억의 그릇이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폐공장을 전시관으로 만든 건축가 인터뷰

    이러한 태도는 그의 설계에 자연스럽게 반영된다. 박진우는 항상 '무엇을 더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다고 한다. 덧칠이 아닌, 드러냄의 방식. 그가 택한 전시관의 내부 설계는 낡은 콘크리트 벽을 완전히 덮지 않았고, 철골 구조를 페인트로 가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거친 표면 위에 새로운 기능을 조심스럽게 얹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공간을 바라보며 ‘지금’만이 아니라 ‘예전’도 함께 느낄 수 있었고, 과거와 현재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이 형성되었다.

    그의 철학은 미학적인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인 책임으로까지 확장된다. 박진우는 건축가의 역할이 단순한 창작자나 기술자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특히 폐방치시설을 다룰 때는, 공간이 속한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리 아름다운 공간이라도, 그곳이 지역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실패"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그는 늘 공간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을 존중하는 설계 과정을 중시하며, 그것이 진정한 리브랜딩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박진우의 철학은 건축이 단지 공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시간, 기억을 엮는 과정이라는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리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보여주는 ‘새로움’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 위에 서야 한다는 그의 접근은, 단순한 건축 디자인을 넘어 사회와 장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담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그의 리브랜딩은 단순한 재정비를 넘어서는, 하나의 ‘재탄생’으로 자리매김한다.


    기억을 품은 건축, 폐공장의 새로운 생명

    폐공장을 전시관으로 만든 건축가의 이야기는 리브랜딩 공간 디자인이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서 ‘기억을 새롭게 조형하는 작업’ 임을 보여준다. 한때는 산업의 상징이었고, 이후에는 무용지물처럼 방치되었던 건물이,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문화를 담고, 도시의 맥박을 다시 뛰게 만드는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울림을 준다.

    리브랜딩은 결국 공간에 생명을 다시 불어넣는 일이다. 그리고 그 생명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과 태도에서 비롯된다. 공간을 보는 관점이 바뀌면, 폐허도 자원이 된다. 이 사례는 앞으로 더 많은 방치된 공간들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건축의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