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12. 1.

    by. 리브랜딩 디자이너

    폐시설 디자인 설계 도면을 작성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은 공간을 해석하고 재탄생시키는 데 있어 가장 근본적인 기반이 된다. 대부분의 폐방치시설은 과거의 시간과 기능이 멈춘 상태로 남아 있지만, 그 멈춤이 곧 가능성이 되는 시점은 공간의 구조와 조건, 그리고 법적 환경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리브랜딩의 대상이 되는 폐공장, 폐교, 폐창고, 폐병원 등은 각각의 사용 이력과 물리적 조건, 도시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상상력이나 디자인 아이디어로는 접근할 수 없다. 도면은 단순한 시각화 자료가 아니라, 공간의 해석서이자 기획의 지도이며, 미래 사용에 대한 계획을 설계 언어로 번역하는 핵심 도구다. 특히 폐시설의 경우, 이미 완성된 구조 위에 새로운 기능을 덧입히는 과정이므로, 기존의 건축적 조건과 구조물의 상태, 법적 규제, 인접 지역과의 관계 등을 사전에 면밀히 확인하지 않으면, 설계 도면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게 된다. 폐시설 리브랜딩의 성공 여부는 도면 이전 단계에서 어떤 요소를 체크했는지에 따라 좌우되며, 이것은 단순히 기술적 검토가 아닌 공간을 둘러싼 관계망과 맥락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폐시설 구조 진단과 안전성 평가의 선행

    도면 작성에 앞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기존 폐시설의 구조적 안정성이다. 오랜 기간 방치된 건물은 균열, 부식, 침수, 기초부 약화 등 다양한 손상이 축적되어 있으며, 겉보기와 다르게 내부 골조가 손상되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조적 진단은 단지 안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 어떤 부위는 존치가 가능하고, 어떤 부위는 철거 혹은 보강이 필요한지를 가늠하는 핵심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는 구조기술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지붕 하중 계산, 보와 기둥의 상태, 바닥 슬래브의 두께와 강도 등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설계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특히 복층 구조나 높은 천장을 가진 폐공장, 좁은 복도가 특징인 폐병원 등은 그 형태에 따라 리노베이션 가능성도 달라진다. 실제 설계 도면은 이러한 진단 자료를 토대로 계획되어야 하며, 기존 구조물의 변형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어디인지, 새로 보강이 필요한 부위가 어디인지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무시한 설계는 준공 허가 단계에서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실제 사용 시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폐시설 디자인 설계 도면 작성 전 확인사항

    폐시설 관련 법규 및 용도지역 확인

    폐시설 리브랜딩 프로젝트에서는 해당 부지의 법적 조건을 도면 작성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 번째는 용도지역 및 용도지구이다. 폐공장이 위치한 지역이 계획관리지역인지, 자연녹지지역인지에 따라 허용 가능한 용도 변경의 범위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자연녹지지역에 있는 폐창고는 문화공간으로는 활용 가능하지만, 상업시설로 변경하려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건축법과 관련된 제한이다. 기존 건축물의 대지 면적, 연면적, 용적률, 건폐율 등은 신규 설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대치와도 직결된다.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리노베이션인지, 증축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적 기준도 달라진다.

    세 번째는 소방법, 장애인 편의시설법, 주차장법 등 타 분야의 연계 법규다. 특히 코워킹 스페이스나 북카페 같은 다중 이용시설로 전환할 경우, 출입구의 폭, 비상 대피 통로, 장애인 화장실 등의 요건이 설계 도면에 반영되어야 하며, 이를 무시하면 사용 승인에서 문제가 생긴다.

    또한 건물이 문화재 보호구역이나 역사적 장소 내에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설계 전에 이런 법적 지형을 먼저 이해하는 것은, 추후 설계의 방향성과 실행 가능성의 핵심 기준이 된다.


    폐시설 주변 맥락과 도시 인프라 조사

    도면이 실제로 작동하는 설계 언어가 되기 위해서는, 건물 바깥의 조건 역시 충분히 조사되어야 한다.

    첫째는 교통 접근성이다. 대중교통과의 거리, 차량 진입 가능 여부, 주변 도로 폭 등은 향후 프로그램 운영과 수익 모델에 큰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폐역사를 리브랜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려 해도,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부 유입이 어려워 공간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둘째는 주변 상권 및 커뮤니티의 성격이다. 폐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이 주거지 중심인지, 상업지인지, 공업지역인지에 따라 공간의 콘셉트와 디자인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이를 무시한 설계 도면은 좋은 디자인이라도 지역에서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셋째는 기존 도시 인프라다. 상하수도, 전력 공급, 통신망, 주차 공간 확보 여부 등은 공간의 기능 구현과 직결되며, 특히 노후화된 폐건물은 이런 인프라가 단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설계 전 미리 점검해 두지 않으면, 시공 단계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과 설계 변경이 발생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도면에 직접적으로 표기되지 않더라도, 설계의 전반적인 구성과 공간 프로그램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조건들이다.


    기존 공간의 물리적 특성과 설계 조화 검토

    폐시설 리브랜딩 도면은 단순한 새 건축이 아닌, 기존 공간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 위에 새로운 기능과 감각을 덧입히는 작업이다. 높은 층고, 노출 콘크리트, 철재 트러스 구조, 오래된 타일 마감 등은 폐시설 고유의 분위기이자 자산일 수 있다. 이러한 물성을 무시하고 전면 철거하거나 덮어버리는 방식은 공간의 개성과 정체성을 잃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도면을 설계할 때는 기존 공간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천장이 높은 폐창고는 전시장이나 카페로 적합하며, 이는 단순히 ‘높다’는 구조적 사실을 넘어, 개방감과 시각적 연출이 가능한 공간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빛의 유입 방향, 환기 가능성, 소음 상태 등은 새롭게 설계할 기능의 배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커뮤니티 공간을 계획하면서 소음이 심한 방향에 배치한다면, 설계는 실제 사용에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도면은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만나도록 돕는 기획 도구이며, 공간의 감각을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 동선과 프로그램 기능 배치 시뮬레이션

    폐시설 리브랜딩 도면에서 사용자 경험을 고려한 동선 설계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폐시설은 기존에 단일 기능으로 사용된 구조이기 때문에, 새로운 복합 프로그램에 맞춰 동선이 효율적으로 재구성되지 않으면 사용성이 크게 저하된다. 먼저 출입구와 주요 동선의 위치를 재설정해야 한다. 기존 출입구가 너무 협소하거나 불편한 경우에는 구조 보강을 통해 확장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가 공간에 진입했을 때 어떤 흐름으로 이동하게 될지를 시뮬레이션하여, 각 기능 공간 간의 연결성을 자연스럽게 설계해야 한다.

    둘째, 복수의 기능이 공존하는 공간의 경우에는 프로그램 간의 간섭을 방지할 수 있도록 분리와 연결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전시 공간 옆에 커뮤니티 카페가 있을 경우 소음과 동선이 충돌하지 않도록 적절한 차폐와 유도 설계가 요구된다.

    셋째, 다양한 사용자(어린이, 고령자, 장애인 등)의 이동을 고려한 유니버설 디자인도 도면에 반영되어야 한다. 이동 동선의 폭, 휴식 공간의 위치, 화장실과 계단, 엘리베이터의 배치 등이 모두 사용자 경험을 결정짓는 요소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단순히 CAD 도면상에서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의 사용 행태를 예측하고 설계에 반영하는 고차원적 분석이다.


    설계 도면 이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질문들

    폐시설 디자인 설계 도면은 공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창의적 해답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는 가장 구체적인 계획서다. 따라서 도면을 그리기 전에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이 공간은 안전한가? 법적으로 가능한가? 이 지역과 연결되는가? 원래의 물성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사용자는 어떻게 이동하고 머무르게 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충분한 답이 준비되지 않으면, 어떤 뛰어난 디자인도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폐시설 리브랜딩은 새로운 건축이 아닌, 기존 공간에 대한 정교한 해석과 적절한 재구성의 과정이며, 설계 도면은 그 정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도면은 ‘그리기’보다 ‘읽기’가 먼저이며, 공간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이 요구된다.
    설계는 종이에 그려지기 전에, 공간의 현실을 읽는 감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